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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10-17 11:16 조회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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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 기준 문구 등 의견 대립… 5일째 심의에도 합의 못봐
“19일 의결… 이르면 20일 결과 공개”파워볼게임

최재형 감사원장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김동주기자 zoo@donga.com
감사원은 16일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적절성 여부를 담은 감사 보고서 심의를 이어갔지만 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보통 1, 2일이면 끝나는 심의를 5일째 이어가는 것은 감사원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상징이 된 월성 1호기 감사의 민감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감사원은 이날 오후 2시부터 5시간가량 최재형 원장과 5명의 감사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감사 보고서 의결을 위한 5차 심의를 진행했지만 결론 도출에 실패했다. 회의는 19일 속개될 예정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주요 쟁점 사항에 대한 합의는 이뤄졌지만 최종 문구 조정 과정에서 다소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며 “19일에는 보고서를 의결하고 자구 수정 등을 거친 뒤 이르면 20일에는 결과를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과에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으로 이어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경제성 평가에 일부 문제가 있다는 부분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정당성과 직결된 부분인 만큼 감사위원들은 한수원의 월성 1호기 저평가 기준 및 절차적 정당성 등에 대한 문구 합의 과정에서 이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에 관여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 전·현직 임직원 처분 문제를 놓고도 일부 의견 대립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내용이 방대하고 사안이 민감하다 보니 감사위원들이 문구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심의가 이례적으로 길어진 것도 감사위원들이 한수원의 경제성 평가 기준 등을 놓고 이견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수원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당시 원자력판매단가가 2018년 1kWh(킬로와트시)당 59.26원에서 2019년 52.67원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 지난해 원자력판매단가는 kWh당 58.31원으로 예상보다 5.64원 높았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해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낮췄다는 주장도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판매단가는 물론이고 월성 1호기 가동률을 낮춰 1700억 원 이상으로 평가된 경제성을 200억 원대로 낮췄다는 것이다.

한편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전날 국정감사에서 최 원장을 향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질타와 관련해 “법과 규정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공격 대상을 설정하는 민주당의 행태는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의 행태가 아니라 무리 짓는 조폭의 행태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 정권 사람들은 정말 후안무치하고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박효목 tree624@donga.com·김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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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김현경 기자]



한라산이 단풍으로 곱게 물든 풍경을 집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드론으로 촬영한 한라산 단풍 풍경을 영상으로 제작해 한라산 국립공원 홈페이지에 게재한다고 밝혔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최근 발표한 올가을 단풍 예측 지도에 따르면, 한라산은 오는 22일 산 전체의 80%가 단풍으로 물드는 '단풍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도는 이와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도 영상을 볼 수 있도록 준비하는 등 비대면 탐방프로그램을 지속해서 발굴·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정우 한라산국립공원 소장은 "이달 중 한라산 가을 단풍철이 시작되면서 한라산에 많은 탐방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가급적 집에서 단풍을 감상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2020년 단풍시기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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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선덕여왕
2009년에 방송된 ‘선덕여왕’의 최고 시청률은 43%에 육박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이었는데, 사료도 충분치 않은 신라 시대 배경의 사극인 데다 여성이 왕이 되는 이야기가 대중의 사랑을 받을지 알 수 없었다. 불확실성은 장점이 됐다. 기존 사극에서 다룬 적 없는 호방한 이야기를 고증에 얽매이지 않고 전개할 수 있는 데다, 후궁들의 암투극에서 벗어난 여성 영웅의 성장기를 그리면서 젠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줬다.


2009년 MBC 드라마 ‘선덕여왕’은 최고 시청률 43%에 육박할 만큼 국민적 인기를 얻었다. 선덕여왕이 되는 덕만(이요원)과 미실(고현정)의 권력투쟁을 그린 이 드라마는 후궁들의 암투극에서 벗어나 여성 영웅의 성장기를 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MBC 제공

두 여성 영웅

드라마는 훗날 선덕여왕이 되는 덕만공주(이요원)와 미실(고현정)의 권력투쟁을 그린다. 진평왕의 딸 덕만은 ‘쌍둥이가 태어나면 성골 남자들의 씨가 마른다’는 저주 탓에 신생아 때 버려진다. 흔히 선덕여왕의 왕위계승을 성골만 왕이 될 수 있었던 골품제의 수혜 때문이지, 여권이 높았기 때문은 아니었다며 젠더적 의미를 축소하곤 한다. 그러나 드라마는 오히려 덕만이 태생으로 인해 고난을 겪는 것으로 그린다. 특히 성골 남자의 씨를 마르게 한다는 이유로 버려진다는 설정은 한국 여성들이 경험했던 여아 낙태나 기센 여자가 남자 형제의 앞길을 막는다는 식의 저주를 떠올리게 한다.

덕만은 중앙아시아 사막에서 국제 상단을 상대하며 자라다 출생의 비밀을 알기 위해 신라로 돌아온다. 이러한 설정은 영웅 서사에 걸맞은 스케일을 보여주며, 신라라는 시공간이 자칫 갑갑하게 느껴질 시청자들에게 드넓은 시야를 틔워준다. 남장 차림으로 신라에 온 덕만은 김유신의 낭도가 되어 백제와의 전투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다. 이런 고생은 보통 공주로서 상상하기 힘든 경험이지만, 장차 왕이 될 영웅의 성장기로는 필수적이다. 온갖 고초 끝에 자신의 신분을 알게 된 덕만은 자기 존재를 입증해내고 조정과 백성들에게 공주임을 인정받는데, 이 모든 과정이 스스로 실력을 키워 이루어낸 것이다.

미실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비상한 카리스마를 뿜는다. 배우의 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실이란 캐릭터가 기존의 사고체계를 뛰어넘기 때문이다. 미실은 진흥왕, 진지왕, 진평왕 3대 왕을 모신 새주(옥새를 관리하는 사람)로서 국정의 최고 실력자이다. 황후가 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자 왕을 폐위시켜버릴 만큼 권력이 강하며, 다수의 연인과 남편과 아들을 거느린 채 그들의 충성을 받는다.

덕만과 미실은 선악으로 대립하지 않는다. 미실은 악인이 아니라 노련한 협상력과 용인술을 구사하며, 자신의 철학을 내세운다. “백성은 진실을 부담스러워하고 희망을 버거워하며 소통을 귀찮아하고 자유를 주면 망설인다. 세상은 종으로도 나뉘지만, 횡으로도 나뉜다. 횡으로 나누면 지배하는 자와 지배당하는 자가 있으며, 덕만과 나는 같은 편이다”등의 말로 드러나는 그의 철학은 귀족정의 이념을 대변한다.

덕만은 자신에게 대의가 있다고 믿는다. 왕이 되려는 자신은 근본적으로 나라를 생각하며, 왕권과 나라의 근간이 되는 백성들의 삶이 나아지도록 힘쓰기 때문이다. 그는 미실과 대립하며 일식이 주술적 현상이 아니라 자연현상임을 밝혀 신권을 해체하려 한다. 또한 왕이 된 후에는 세금을 감면하고 농지를 개간하고 농사기술을 보급하여 자작농을 늘리려 한다. 이는 왕권 중심의 민본사상을 대변한다. 귀족정을 표방하는 현실 정치인과 군주정을 표방하는 이상주의적 개혁정치인의 정치적 대립이 전면에 깔려있다.파워볼게임
독신 여제와 여왕벌



드라마는 로맨스를 품지만, 기존의 남성중심적 로맨스와는 사뭇 다르다. 처음 덕만을 남자로 안 김유신은 덕만과 우정을 쌓다가 로맨스를 발전시킨다. 비담도 덕만을 짝사랑한다. 하지만 왕이 될 결심을 한 덕만은 연애와 결혼에 뜻이 없음을 밝히고 김유신을 밀어낸다. 하지만 막상 김유신이 미실 집안과 혼인하자 덕만은 몹시 흔들린다. 이후 왕이 된 덕만은 김유신은 물론이고 비담과도 정치적으로 대립각을 세운다.

덕만은 이들을 견제하면서 때때로 사적인 감정을 드러낸다. 후반부에 비담과의 연정이 급물살을 타지만, 덕만은 “나는 여왕이지 이제 여인이 아니기 때문에 나를 가질 수 없다”며 못을 박는다. 왕이라는 공적 자아와 로맨스라는 사적 감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덕만은 젊은 시절에는 김유신과 도망치고 싶었고, 나중에는 비담과 여생을 보내고 싶었지만 못한다. 그러나 회한은 없다. 덕만은 죽기 직전 어릴 적 꿈에 자신을 껴안은 인물이 바로 장성한 자신이었음을 깨닫는다. “앞으로 죽도록 힘들고 너무나 외로워서 그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될 상황이 오겠지만, 어떤 일이 있더라도 견뎌야 해”라고 말하는 자신을 떠올리는 장면은 덕만의 욕망이 로맨스가 아니라 군주로서의 성장이었음을 암시한다. 실제 선덕여왕에겐 남편이 있었지만 드라마 속 선덕여왕은 비혼 군주로 그려지는데, 이는 현대에 생각한 적절한 여성 리더상이 투영된 것으로 읽힌다.

반면 미실은 훨씬 열정적이고 쿨하다. 미색을 지렛대 삼아 권력을 쥔 여성이지만, 기존 후궁들과는 다르다. 기존 후궁들은 왕의 총애를 얻거나 아들을 낳음으로써 권력을 얻기 위해 경쟁한다. 하지만 그 권력은 남성을 매개해 발현되는 권력이다. 가령 장희빈이 숙종의 사랑을 통해 권력을 얻는다 해도 숙종이 변심하면 언제든 죽음을 맞을 수 있다.



미실의 권력은 그것과 다르다. 선대왕을 비롯해 많은 남자가 미실을 원했고, 미실은 공개적으로 그들과 관계를 맺는다. 미실의 남자들은 때로 경쟁하지만 협력하고 연합한다. 미실이 늘 상석에서 그들에게 지시하고, 그들은 미실의 지략과 명령에 복종한다. 미실은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했던 사람은 사다함이었다고 말하지만, 사랑에 대해 쿨한 태도를 유지한다. 또한 미실은 진지왕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황후가 될 수 없게 되자 버리는데, 그 아들이 비담으로 자란 것을 알게 된 후에도 별로 동요하지 않는다. 이런 모습은 꽤 낯설다. 그동안 배타적인 사랑과 모성애를 절대적인 가치 인양 사고해온 것이 가부장제의 강박을 내면화한 결과는 아닐지 돌아보게 한다.

여성들끼리 경쟁하고 배우는 관계

2009년에는 ‘천추태후’ ‘자명고’ 등 조선 시대를 벗어난 여성 권력자를 그린 사극이 잇달아 방송되었다. 하지만 반응은 썩 좋지 못했다. 전작들과 ‘선덕여왕’은 어떤 점이 달랐던 걸까. ‘선덕여왕’은 김영현 박상연 작가의 공동집필 작인데, 김영현 작가의 전작이 ‘대장금’이다. ‘대장금’은 궁중암투극에서 엑스트라에 불과해 보였던 궁녀들이 전문직업인으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사극이다. 주인공, 경쟁자, 스승, 적 등이 모두 여자들이고, 여성들끼리 경쟁하고 배우며 실력을 연마해나가는 드라마로 어떤 현대극보다 여성을 주체적인 욕망과 의지를 지닌 인간으로 그린다. ‘선덕여왕’의 덕만과 미실의 관계도 적이자 선배이자 스승으로 읽을 수 있으며, 요리가 아닌 통치술을 배우고 토론하고 경쟁하는 장이 열렸다고 볼 수 있다.

덕만과 미실은 정치적 맞수이지만, 서로를 성장시키는 관계다. 덕만은 처음 미실을 접하고 카리스마에 위압된다. 그러나 공주의 신분을 찾은 뒤 “어디 감히 성골의 몸에 손을 대드냐?”고 호통칠 정도로 용기를 키운다. 덕만은 혼인을 추진하려는 아버지 앞에서 자신이 왕이 되겠다는 뜻을 밝히는데, 이는 미실이라는 권력자를 이기기 위해 자신의 야심을 키운 결과이다. 한편 미실 역시 덕만을 보고 큰 자극을 받는다. 기껏 황후가 될 생각을 해보았을 뿐 왕이 될 생각을 해보지 못한 자신을 돌아보고, 그는 쿠데타를 꿈꾼다. 이들은 서로의 도량을 존중하며 훌륭한 점을 찾아낸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서로의 진심을 알아본다. 대야성에서 내전을 준비하던 미실은 백제군의 침략이라는 변수 앞에서 신라의 안위를 생각해 자결을 택한다. 덕만은 미실의 선택을 예상한 듯 “미실에게서 진정한 왕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공격하지 않고 기다렸다”고 말한다. 미실이 진흥왕과 함께 신라의 영토를 확장한 데 대해 자부심을 품고 있으며, 지배욕만 가진 것이 아니라 신라를 사랑하는 마음도 컸다는 사실을 덕만이 알아본 것이다. “당신이 없었다면 난, 아무것도 아니었을지 모릅니다”라는 덕만의 말은 필생의 라이벌이었던 미실에 대한 흠모를 드러낸다.

‘선덕여왕’의 성공에서 보듯, 여성들끼리 기껏 남자가 아니라 진정한 가치를 두고 겨루며 서로에게 더 큰 영감과 용기를 주는 드라마는 대중의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여성 성장드라마들이 사극으로든 현대극으로든 더 많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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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무라카미 하루키 지음·양억관 옮김/440쪽·1만4800원·민음사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몰입할수록 불안해진다. 또 갑자기 ‘길이 140cm의 땅콩 모양 공기번데기’(1Q84)나, ‘키 60cm의 흰 옷 걸친 인간’(기사단장 죽이기)이 등장할까봐서다. 그런 요소가 비현실적이어서는 아니다. 꾸역꾸역 이해하면서 따라왔다고 생각한 이야기를 그 지점부터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난감해지기 때문이다.

대학교 2학년 여름부터 7개월 동안 날마다 죽음만을 생각하며 살았던 다자키 쓰쿠루에 대한 소개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에는 그런 불안감은 없었다.

“그때 그는 스스로 생명을 끊는 게 자연스럽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손 닿는 곳에 죽음으로 이어지는 문이 있었다면 거침없이 열어젖혔을 거다. 깊이 고민할 것도 없이. 일상의 연속으로.”

쓰쿠루는 고등학교 때 각각 적, 청, 흑, 백을 이름자로 가진 친구 4명을 만나 의기투합하고 행복하게 어울렸다. 색채가 없는 이름처럼 자신에게 개성이 없다고 여긴 쓰쿠루는 선명한 특색을 지닌 친구들을 깊이 사랑했다. 그리고 대학교 여름방학 어느 날, 4명의 대표로 전화를 걸어온 친구로부터 절교 통보를 받는다.

“이제 누구의 집에도 전화를 걸지 마. 이유는 내 입으로 말할 수 없어. 너 스스로 돌이켜보면 알지 않을까? 4명 모두의 뜻이야. 다들 유감스럽게 생각해. 무슨 일인지는, 자신에게 물어봐.”

그날부터 몽유병자처럼 반년여를 보낸 쓰쿠루는 몸무게가 7kg 줄어 체형이 바뀐 자신의 몸을 문득 알아챈 뒤 차분하게 다시 정돈된 생활을 시작한다. ‘알아낼 수 없는 건 잊어버리는 편이 낫다’고 납득한 채, 전과 다른 듯 비슷한 삶을 16년 넘게 꾸려간다.

하루키는 에세이집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원래는 쓰쿠루가 친구들로부터 부정당한 까닭을 알지 못한 채 그냥 조용히 살아간다는 내용의 단편을 쓰려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자신이 만들어낸 캐릭터인 쓰쿠루의 연인 사라가 ‘네가 보고 싶은 것만 볼 게 아니라 꼭 봐야 할 것을 봐야 해’라고 말하는 바람에 친구들을 다시 등장시켜 장편을 썼다는 거다. 하루키는 “나는 그때 사라의 말을 그대로 받아썼을 뿐”이라고 했다.

일면 사라는 공기번데기나 기사단장만큼 비현실적이다. 쓰쿠루는 사라가 찾아준 상세한 정보 덕분에, 아직 죽지 않은 친구 3명을 차례로 찾아가 만난다. 그리고 작가의 처음 구상과 달리, 일방적이지 않은 방식의 매듭을 지으며 다시 이별한다.

좋은 이별 자체는 비현실적이지 않다. 좋은 이별이 낯설다면 자신이 좋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일 뿐이다. 비현실적인 건 이별을 복각할 기회다. 하루키가 사라의 말을 받아 적지 않았다면 평온한 듯 지내던 쓰쿠루는 일상의 연속으로 죽음의 문을 열었을 거다. 그쪽이 현실적이지만, 그렇게 쓰이지 않아 다행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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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검사장 “설마 그렇게까지 치졸하겠나”


지난해 이른바 ‘조국(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기점으로 문재인 정권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사진) 검사장이 연거푸 ‘좌천’된 데 이어 최근엔 근무 실태까지 조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의 ‘한 검사장 쫓아내기’가 본격화한 것 아니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검찰청 부장에서 부산고검 차장으로, 다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사실상 ‘줄좌천’을 겪은 한 검사장은 정작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감찰관실은 최근 한 검사장의 주변인들을 상대로 그가 법무연수원 용인 분원에 있을 때 출퇴근을 제대로 했는지, 출근 후 연구업무를 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사장은 올해 6월 말 일명 ‘검언유착’ 의혹 사건이 불거지면서 부산고검 차장검사에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 조처됐다. 이후 경기 용인시에 있는 법무연수원 분원으로 출근해온 한 검사장은 지난 14일 충북 진천군에 있는 법무연수원 본원으로의 출근을 명 받았다. 이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연구위원들이 출퇴근 문제로 용인에서 근무해온 관행을 바로잡겠다’며 한 검사장 등 3명에 대한 본원 근무를 지시한 데 따른 조치라고 한다.

한 검사장의 근무 실태 확인 역시 추 장관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언론에 “감찰 사안에 관해서는 확인이 어렵다”고만 밝혔다. 한 검사장은 “제가 (근무 실태 조사에 대해) 연락받은 건 없다”면서 “설마 그렇게까지 치졸하게 하겠나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권 초반 승승장구하던 한 검사장이 조국 사태 후 잇단 좌천에 이어 근무 실태를 조사받는 수모까지 겪게 되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 검사장은 검사장 승진 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조 전 장관과 일가를 둘러싼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그러나 추 장관 취임 후 한 검사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사실상 좌천됐고, 이후 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다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또 다시 좌천됐다. 임관 후 굵직한 사건을 도맡아왔던 한 검사장을 연구위원으로 보낸 것을 두고 ‘옷을 벗으란 얘기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한 검사장은 검찰을 떠나지 않은 채 추 장관과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그는 전 채널A 기자와의 대화 중 추 장관을 “일개 장관”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추 장관은 한 검사장의 이런 발언이 알려지자 “자괴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 검사장은 다시 “모든 공직자는 국민 앞에 일개 공직자”라고 맞받아쳤다.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추 장관은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결국 한 검사장을 기소하지 못한 이유가 한 검사장이 수사에 비협조했기 때문이라는 듯한 견해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자 한 검사장은 “언제든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하겠다”고 했다.FX시티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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